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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9월 22일 (월요일)   날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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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사~
“산은 그 자리에 강은 그 곳에 그대로 흐르게 하라.”

영혼이 맑은 자들만 읽을 수 있는 글.

2019년 5월28일 자정 12시30분집을 나선다. 먼길을 가기위해서다 모처럼 만에 어제 지리산에 빗님이
그런대로 내렸기 때문.

늘 이맘때면 반야도사에게 문안 인사도 드리며 날나리봉 언저리에 304명의 세월호 맑은 영혼들을
모셔놓았기에 아무 탈 없이 잘 있는지 살펴볼 겸 하여 보따리 싸서 떠나는 시간이 돌아왔다.

새벽 1시 30분 시암재 에 도착 사방을 살펴보니 어제부터 불던 강풍이 쉴 틈도 없이 나뭇가지들을
매섭게 흔들어 대고 사방팔방으로 몰려온 안개들이 인간세상을 덮었다 열었다 하고 저 멀리 불빛들은
보일 듯 말 듯 한다.

집은 나셨지만 날씨를 보니 엄두가 안 난다. 올해는 저 곳을 포기해야 하나 하고 30분을 더 기다려 본다.
아니 어찌된 일인지 바람이 좀 멈춘다. 새벽 2시 10분 성삼재 도착 꾸려온 보따리를 등에 메고 홀로 길을
나선다.

어쩌면 하루 종일 걸어야 되기에 모처럼 주먹밥도 준비하다보니 보따리 무게가 제법 한 짐이다.
그렇다보니 어지간해서 땀방울을 잘 안 흘리는 편인데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힌다.

노고단 고갯길 2시 45분 도착 신들의 세상은 깊은 잠에 빠져 고요하기만 하고 세상을 덮은 안개만 자욱하다.
날씨 사항으로 보아 이곳에서 포기를 할까하다 오늘이 아니면 반야도사에게 인사드릴 시간이 없을 것 같아
그들만의 세상에 발을 내 딛는다.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짙은 안개 속 불빛하나에 의존하며 홀로 걷는 내 모습이 왜 이렇게 처랑 한지 자신에게 묻는다.
왜 이런 길을 가느냐고 자신도 모른다 한다. 이런 저런 상념 속에 돼지령 도착 하늘 문이 열리는지 저 멀리
달빛 별빛이 얼굴을 살포시 내미니 저 아래 인간세상은 운해가 덮고 신의 세계만 내 눈에 보인다.

이 모습을 보니 마음이 조급해진다. 언제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 그래서 속도를 낸다.
3시 30분 임걸령 샘터 도착 임걸령 도령에게 미안하지만 인사드릴 시간이 없어 그냥 지나치기로 한다.
왜 이곳 깔딱 고개를 넘어야 되기 때문.

시간이 되었는지 이곳저곳에서 전화가 온다. 요놈들 잠도 안자고 전화질 지리산 사항을 묻기 위한 전화다.
현재 사항을 가르쳐 주고 노루목 도착 새벽 4시. 사방을 살피니 아직은 큰 변화가 없다. 그래서 곧바로
반야봉 진입 그런데 잠시 멈춘 바람이 갑자기 불기 시작한다. 장난이 아니다 대풍수준.

전망대에 올라 사방을 살핀 후 이곳에서 신의 모습을 한판 담을까 하다 보따리 풀기도 힘들고 조금 더
올라가기로 하고 정상 200m를 두고 새벽 4시 30분 도착 이곳에서 1차 보따리를 푸는데 강풍에 운해가
흩어지기 시작한다.

먼가. 심상치 않다. 저 멀리 천왕봉정상에 산 꾼들의 불빛이 반짝이고 여명은 밝아 오지만 일출시간은
40분정도 더 기다려야 된다.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신의 춤사위를 담으면서 날이 밝아 오기를 기다리다 정상 포인트에 도착 아니
어찌된 일인지 그 많던 운해가 눈 깜짝할 사이에 다 날아가 버리고 혹독한 비바람에 견디지 못한 꽃은
지고 그나마 버틴 철쭉꽃만 강풍에 흔들리고 있다.

역시 사진은 눈에 보이면 담아야 된다는 교훈을 다시 한 번 더 되새기며 고민에 빠진다. 착한 길로 되돌아갈까
아니면 짐승마저 다니지 않는 나만의 길을 가야 될지.

고민 끝에 사선을 넘는다. 저번에 다친 뒤꿈치가 아직도 불편하지만 그래도 한발 한발 조심조심 발길을 내 딛는다.
까딱 잘 못하면 내 흔적마저 찾기 힘들기 때문.

곰취, 병풍대 고산지대 산나물들이 이곳저곳에서 도사를 유혹하지만 갈 길이 먼 나로서는 눈으로만 쳐다보다
막걸리 한잔 나눌 지인들을 위해 조금 채취해 본다.

이곳저곳 신의 세계를 탐방하다 오후 2시 인간 세상에 도착 내 차 주차시켜 놓은 곳 까지 갈려고 하니 뒤꿈치
땜시 아스팔트길을 걷는 것은 무리라 지나가는 차를 세웠지만 생긴 모습이 못생겼고 험상궂어 그런지 누구하나
태워 주지 않는다.

도사가 여자 같았으면 금방 태워 줄 텐데 이게 인간세상과 신의 세계의 차이며 사진 한 장이 싶게 얻어지는 게
아니라 이런 사연을 담고 인간 세상에 나온다는 것.






  profile_image   작가 : sangol / 지리산도사/김종관
제목 : 도사~
분류 : PHOTO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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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t : 141, 작성일 19-05-29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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